
사진 속 호그와트 성을 다시 보니, 그날의 감정이 꽤 선명하게 되살아난다. 오사카 유니버셜 안에 있다는 걸 머리로는 알고 있었는데, 막상 눈앞에 펼쳐지니 생각보다 훨씬 압도적이었다. “아, 이건 그냥 조형물이 아니구나”라는 말이 저절로 나왔다. 어릴 때부터 함께 자라온 해리포터 시리즈가 현실 공간으로 튀어나온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 실제 촬영지는 아니라는 걸 알면서도, 그 사실이 전혀 중요하지 않게 느껴질 정도였다.
해리포터와의 첫 만남은 마법사의 돌이었다. 책으로 먼저 접했고, 영화로 다시 만났다. 그때는 그저 신기하고 재미있는 이야기였는데, 시리즈가 하나씩 쌓일수록 그 세계도 함께 커갔다. 등장인물들이 성장하는 만큼, 나도 같이 나이를 먹고 있었던 셈이다. 그래서인지 호그와트 성을 바라보는 순간, 단순한 관광지가 아니라 오래된 기억 창고 문을 연 기분이 들었다. “아, 이 장면 기억나지.” “여기서 이런 일이 있었지.” 머릿속에서 혼잣말이 계속 이어졌다.
사진 속 성은 멀리서 봐도 위압감이 있다. 바위 위에 우뚝 올라앉아 있는 모습이 딱 호그와트다. 괜히 교수님들이 창문 너머에서 내려다보고 있을 것 같고, 어디선가 부엉이가 날아올 것 같은 착각도 든다. 성 아래로 보이는 물과 숲도 분위기를 한몫한다. 현실적인 계산보다 감성에 충실하게 만들어졌다는 느낌이 강하다. 그래서 더 몰입이 잘 된다.
그날은 유난히 하늘도 맑았다. 사진처럼 푸른 하늘 아래 성을 보고 있으니, 괜히 마음이 들뜬다. 놀이기구를 타지 않아도 좋을 정도였다. 그냥 이 앞에 서서 한참을 바라보고만 있어도 충분히 값진 시간처럼 느껴졌다. 주변을 보면 나와 비슷한 표정인 사람들이 많았다. 다들 사진을 찍으면서도, 잠깐씩 멈춰서 성을 올려다본다. 말은 안 해도 “우리도 이 세계 좋아했지”라는 공감이 흐르는 느낌이다.
해리포터 시리즈를 끝까지 다 본 사람이라면 알 것이다. 마지막 시리즈를 보고 나면 괜히 마음 한구석이 허전해진다. 이야기는 끝났는데, 함께 보낸 시간이 너무 길어서 쉽게 놓아주기 어렵다. 그런데 이렇게 공간으로 다시 만나니, 끝난 이야기 같지가 않다. 여전히 어딘가에서 이어지고 있는 느낌. 유니버셜의 이 공간이 그런 역할을 해주는 것 같다. 추억을 박제하는 게 아니라, 다시 꺼내 쓸 수 있게 만들어준다.
성 근처를 천천히 걸으면서, 예전 기억들이 불쑥불쑥 떠올랐다. 밤늦게까지 책을 붙잡고 읽던 날, 다음 편이 나오기를 기다리던 시간, 영화 개봉일에 맞춰 극장에 가던 설렘. 그 모든 순간들이 겹쳐지면서 묘한 감정이 올라온다. 나이를 먹었다는 사실이 갑자기 실감 나기도 하고, 그래도 이런 걸 아직 좋아하는 내가 나쁘지 않다고 느껴지기도 한다.
이날이 특히 즐거웠던 이유는, 억지로 뭘 하지 않아도 충분했기 때문이다. 줄 서서 뛰어다니지 않아도, 일정에 쫓기지 않아도, 그냥 좋아했던 세계 안에 잠시 들어와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행복했다. 여행이라는 게 꼭 새로운 걸 잔뜩 보는 것만은 아니라는 생각도 들었다. 이렇게 익숙한 이야기를 다른 장소에서 다시 만나는 것도 여행의 한 방식이다.
사진을 찍고 나서 한참 뒤에 다시 보니, 단순한 인증샷 이상의 의미가 생긴다. “오사카 유니버셜에 다녀왔다”라는 기록이 아니라, “그 시절의 나를 잠깐 다시 만났다”라는 기억에 가깝다. 아마 시간이 더 지나면 이 사진을 보면서 또 다른 감정을 느끼게 되겠지. 그때는 지금보다 더 많은 추억이 쌓여 있을 테니까.
비록 실제 영화 장면을 촬영한 장소는 아니지만, 그건 정말 중요하지 않았다. 중요한 건 내가 그 세계를 얼마나 오래 좋아해 왔는지, 그리고 그 마음이 여전히 살아 있다는 사실이었다. 호그와트 성 앞에서 보낸 이 하루는 그래서 더 특별했다. 놀이공원에서 보낸 하루라기보다는, 오랜 친구를 다시 만난 하루에 가까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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