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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빨리 부자되는 법 읽다가

알렉스 베커의 「가장 빨리 부자 되는 법」을 읽고 나서 며칠이 지났는데, 책을 덮은 순간보다 오히려 시간이 지나면서 생각이 더 많이 남았다. 보통 이런 제목의 책은 읽기 전부터 경계심이 생긴다. “또 정신력 이야기겠지”, “아침 5시에 일어나라는 얘기겠지” 같은 선입견이 먼저 튀어나온다. 나도 그랬다. 그런데 막상 읽어보니, 의외로 그런 뻔한 이야기보다는 현실적인 부분을 집요하게 파고든다. 읽는 내내 고개를 끄덕이다가도, 어느 순간엔 살짝 뜨끔해진다. 아, 이건 남 얘기가 아니구나 싶어서.

이 책이 계속 강조하는 건 ‘속도’다. 돈을 많이 버는 방법 이전에, 왜 대부분 사람은 돈을 벌어도 느리게 부자가 되는지를 설명한다. 여기서 말하는 느림은 단순히 수익률 문제가 아니라, 사고방식 문제에 가깝다. 안정적이지만 반복 가능한 구조에 너무 오래 머무르는 선택, 이미 많은 사람이 가는 길을 그대로 따라가는 태도 같은 것들. 읽다 보면 자연스럽게 내 일상도 돌아보게 된다. 나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 조금 덜 불안한 선택을 하면서, 대신 속도를 포기해 온 순간들이 꽤 많았다.

특히 인상 깊었던 부분은 ‘노력’에 대한 관점이다. 우리는 보통 노력하면 언젠가는 보상이 온다고 배워왔다. 성실하면 길이 열린다는 말도 너무 익숙하다. 그런데 이 책은 묻는다. 그 노력이 정말로 부자가 되는 방향을 향하고 있느냐고. 열심히 일하는 것과 돈이 빠르게 늘어나는 구조를 만드는 건 전혀 다른 문제라는 이야기다. 듣고 보니 너무 당연한 말인데, 이상하게도 그동안은 잘 분리해서 생각하지 않았다. 그냥 바쁘게 사는 것 자체가 성취라고 착각해온 부분도 있었던 것 같다.

책을 읽고 나서 내 하루를 다시 보게 됐다. 출근하고, 일하고, 집에 오고, 쉬는 시간엔 휴대폰을 보거나 멍하니 시간을 흘려보내는 패턴. 딱히 잘못된 건 없지만, 이 루틴이 몇 년간 반복된다고 해서 내 삶의 속도가 빨라질까 생각해보면 솔직히 자신이 없다. 알렉스 베커가 말하는 건 무작정 무모해지라는 게 아니다. 오히려 계산은 더 치밀하게 하되, 방향을 완전히 다르게 잡으라는 쪽에 가깝다. 이게 말처럼 쉬운 건 아니지만, 적어도 생각의 출발점은 바꿀 수 있겠다는 느낌은 들었다.

책을 읽으면서 괜히 노트를 꺼내 적게 되는 문장들이 있었다. ‘대부분 사람은 돈이 아니라 안정을 선택한다’는 문장, 그리고 ‘시간을 파는 구조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속도는 절대 빨라지지 않는다’는 대목이 특히 그랬다. 이 문장들을 적어놓고 보니, 지금의 내가 뭘 중요하게 여기고 있는지도 조금 더 명확해진다. 나는 아직도 안정 쪽에 마음이 더 기울어 있다. 그렇다고 이게 틀렸다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의식적으로 선택하고 있는지는 다시 생각해 볼 문제다.

이 책이 좋았던 점은, 읽고 나서 괜히 허공에 주먹질을 하게 만들지 않는다는 것이다. “할 수 있다”, “마음먹으면 된다” 같은 말로 끝나지 않는다. 오히려 차분하게 현실을 인정하게 만든다. 부자가 되는 길은 생각보다 단순하지만, 그래서 더 어렵다는 사실. 단순하다는 건 결국 변명할 여지가 적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걸 깨닫는 순간부터 살짝 불편해진다. 하지만 그 불편함이 오래 남는다.

읽고 난 뒤 며칠 동안은 소비를 할 때도, 시간을 쓸 때도 한 번씩 멈춰 생각하게 된다. 이 선택이 내 삶의 속도를 높여주는 방향일까, 아니면 그냥 익숙해서 고른 선택일까. 아직 뚜렷한 답은 없다. 다만 예전처럼 아무 생각 없이 넘기지는 않게 됐다. 이 정도 변화만으로도 책값은 충분히 했다고 느낀다.

결국 이 책은 ‘부자 되는 법’을 알려준다기보다는, 왜 아직 부자가 되지 못했는지를 조용히 보여준다. 그래서 더 현실적이고, 그래서 더 기억에 남는다. 당장 내 통장이 달라지진 않겠지만, 생각의 방향은 확실히 한 번 꺾였다. 아마 이 책의 역할은 여기까지일지도 모른다. 나머지는 이제 각자의 몫이다. 적어도 나는, 이전과 똑같은 속도로 살고 있다는 사실만큼은 더 이상 모른 척하기 어렵게 됐다.